“영리한 디자이너는 제약에서 답을 찾아냅니다” 아누아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

“영리한 디자이너는 제약에서 답을 찾아냅니다”

아누아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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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60여 개국, 온·오프라인 어느 매장에서 아누아를 마주하더라도 하나의 얼굴로 기억됩니다. 보이는 포맷이 달라도 브랜드의 결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일관성 뒤에는 톤을 지키는 시스템을 세우고, 통일된 감도로 활용하는 아누아 디자인 2팀이 있습니다. 스킨케어 브랜드 최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디자인 콜라보를 진행하고, 뷰티 업계에 처음 선보이는 디자인으로 미스트를 론칭하는 등 참고할 선례가 없는 프로젝트를 맡으며 스스로 프로세스를 만들어 가는 팀. 디자인 2팀을 대표하는 두 디자이너 Joy 님과 Tony 님을 만나 아누아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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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Joy 아누아에서 글로벌향 제품 및 패키지 디자인을 맡고 있어요. 경력은 7년 차이고 아누아에는 2024년 1월에 합류했습니다. 그전엔 뷰티 브랜드에서 CMF 디자인을 담당했어요. 더파운더즈는 합류 인터뷰 때부터 명확한 목표와 방법론을 갖고 일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에서 방법론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 합류를 결심했습니다. Tony 향 브랜드를 거쳐 Joy 님보다 한 달 늦게 합류했어요. 경력은 6년 차고요. 아누아에서는 팝업·인플루언서 행사 같은 오프라인 접점의 디자인을 맡아오다 지금은 신제품 개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합류 전과 후, 생각하셨던 것과 크게 달랐던 점이 있나요. Tony 당시에도 어성초 라인으로 이미 국내에 자리 잡은 브랜드였으니 운영이 중심일 거라 생각했어요. 완전한 착각이었죠. 사업과 채널, 품목이 쉴 새 없이 확장되면서 크리에이티브가 끊임없이 필요한 곳이었어요. 여기에 기존 제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작업까지 겹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Joy 저도 격하게 공감해요. 트렌디한 룩을 빠르게 입히는 ‘시각적 래핑’ 업무가 중심일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기획부터 매뉴얼 제작까지 처음부터 직접 만들어가는 주도적인 업무가 훨씬 많았어요. 디자이너가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로 뛰어야 한다는 걸 여기서 배웠어요. 디자이너로서 이만큼 스케일 크고 밀도 있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은 아누아밖에 없겠다는 확신으로 재직 중이에요.     두 분 모두 굵직한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Tony 워낙 몰입해서 일하다 보니 다 애착이 남지만 하나만 꼽자면 ‘PDRN 미스트’ 개발이에요. 아누아에서 처음으로 신금형을 디자인한 프로젝트라 참고할 선례가 아예 없었어요. 그래서 BM이 제형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함께 참석했어요. 사용감과 용기의 궁합을 설계하는 게 첫 스텝이었죠. 국내외 용기를 닥치는 대로 서치하고 직접 뿌려보며 분사력의 감도를 잡아나갔어요. 이후 무드 보드 기반 리서치를 거쳐 메인 콘셉트를 도출했고 사업부와 논의하며 수정을 거듭했어요. 시제품을 만들어 실물로 확인하고 다시 고치는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몰라요.     디자인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다면요. Joy 손에 쥐었을 때의 감각과 아누아만의 정제된 심미성이 타협점을 찾은 순간이었어요. 곡률과 그립감의 한 끗 차이를 잡으려고 직접 석고 몰드를 떠 목업을 만들고 사포로 미세하게 갈아내며 감각을 찾아냈죠.    

더파운더즈 웰컴 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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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아 세포라 론칭에도 참여하셨어요.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Joy 아누아의 디자인 제약을 깬 프로젝트였어요. 그동안 기획세트에는 종이형 단상자만 써왔는데 화려한 비주얼이 쏟아지는 북미 세포라 매장에서는 눈에 띄지 않겠더라고요. 그래서 제안한 게 가방 형태의 ‘아누백(Anu-bag)’이었어요. 아누아 최초로 금형을 파서 만든 기획세트였죠.     기존에 없던 형태를 제안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장벽도 많았을 것 같아요. Joy 가장 큰 장벽은 역시 비용이었어요. 종이 상자 기준으로 짜여 있던 단가 제약을 깨야 했으니까요. 디자인의 매력과 마케팅적 가치를 전사 차원에서 설득했고 결국 별도 예산과 일정을 확보해 냈어요. 그리고 세포라 같은 글로벌 유통사는 성분 규정은 물론 포장재 재질, 폰트 크기, 표기 의무사항까지 디자인 제약이 정말 엄격해요. 처음엔 가이드라인 안에서 디자인이 자꾸 평범해지는 것 같아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규제를 지키면서 아누아만의 그래픽 감도를 부여할 방법을 끝까지 찾았고 배운 점도 많아요. 진짜 실력 있는 디자이너는 제약이 많을수록 더 영리한 답을 찾아낸다는 것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의 작업은 아누아의 첫 대형 IP 콜라보였어요. 헌트릭스와 세럼을 연결할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Joy 방향성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넷플릭스를 설득할 피칭 자료를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야 했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 IP 세계관과 아누아 제품 효능을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했고, ‘헌트릭스’의 강력한 이미지와 피부 장벽을 케어하는 세럼 효능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냈어요. 그렇게 ‘피부의 빌런을 잡는 세럼 솔루션’이라는 콘셉트로 풀어냈죠.     콜라보다 보니 제품 패키지, 굿즈, 웹 화면 등 접점이 다양했을 것 같아요. 하나의 아누아처럼 보이게 하는 기준은 어떻게 세우셨나요. Joy 계획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이었는데 그럴수록 비주얼의 중심을 잡아줄 뼈대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 팀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콜라보 전용 비주얼 경험(BX) 가이드’를 먼저 만들어 전사에 배포했어요. 제품 패키지부터 굿즈, 웹 화면까지 고객이 어디에서 아누아를 만나든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통일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거든요. 이를 위해 가이드 단계에서 컬러 스펙트럼의 활용 범위와 그래픽 모티프 적용 기준을 아주 명확히 제안하고 제한했어요.    

아누아라고 하면 시딩 키트도 유명한데요. 그중 큰 화제를 끌었던 ‘대형 선크림 시딩 키트’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Tony 대형 선크림 시딩 키트는 여러 팀이 함께 고민해 나온 아이디어예요. 당시 흑인 남성이 선크림을 발랐을 때 하얗게 뜨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 화제였는데 저희 제품은 백탁이 없다는 게 핵심이었거든요. 단순히 제품을 여러 개 보내는 방식으로는 메시지가 약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제품 자체를 대형으로 만들어 보내는 방향으로 바꿨습니다. 받는 사람이 실물을 마주하는 순간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체감할 수 있도록 제품 특징을 오브제의 스케일로 번역한 거예요.     결과적으로 4,000만 뷰를 기록했어요. 숫자를 마주했을 때 팀의 반응은 어땠나요. Tony 축하와 격려를 부족함 없이 받았어요. 그런데 저한테는 숫자보다 팀 내에서 얻은 배움이 더 뜻깊었어요. 제품의 특성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걸 SNS에서 어떻게 극대화할지 목표를 먼저 세우는 것. 그리고 그게 디자인팀만의 몫이 아니라 전사가 함께 움직여야 나오는 결과라는 걸 다시 확인했거든요.     더파운더즈 다른 브랜드의 시딩 키트도 소개해 주신다면요. Tony 더마 헤어케어 브랜드 ‘프롬랩스’의 시딩 키트를 소개하고 싶어요. 프롬랩스의 세포라 정식 론칭에 맞춰 제작한 시딩 키트인데요. 가장 큰 고민은 스킨케어와 헤어케어 시장의 결이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헤어케어는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이미지가 중요한데 저희는 더파운더즈 브랜드답게 성분에 대한 신뢰감도 함께 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두 가지 메시지를 하나의 오브제 안에 담기 위해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바뀌는 ‘렌티큘러 기법’을 활용했어요. 보는 방향에 따라 무드가 전환되면서 트렌디함과 신뢰감이라는 두 메시지가 하나의 키트 안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키 비주얼 제작 시에는 별도의 촬영 없이 오로지 AI로만 결과물을 완성했어요. 실제 촬영이었다면 우선순위를 정해 한쪽 무드를 택해야 했겠지만 AI 이미지를 활용하니 두 메시지 모두 완성도 있게 살릴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리드타임이 짧거나 상반된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해야 하는 프로젝트에서 AI 이미지가 충분히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었습니다.     많은 프로젝트에서 프로세스를 직접 만들어야 했어요. ‘처음’을 마주했을 때 두려움이나 부담감은 없으셨나요.   Tony 두려움을 느낄 시간조차 없었어요. 참고할 선례가 없으니 어떻게 보여야 할지 보다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현황을 파악하고 다음 단계를 도출하는 데만 몰두하다 보니 프로세스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온 부산물이었어요.    

디자이너로서 보고 듣는 경험도 중요할 것 같아요. 주로 어디에서 인사이트를 얻으시나요. Joy 평소 레퍼런스 사이트나 SNS도 열심히 챙겨 보지만 가장 강력한 인사이트는 결국 현장에서 온다고 믿어요. 얼마 전 미국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북미 최대 뷰티 유통망인 얼타(Ulta)의 ‘ULTA FLC’ 행사에서 관계자들을 만나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비주얼을 어떻게 연출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어요.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글로벌 트렌드를 피부로 체감했죠. 주니어에서 미들급 디자이너에게 이런 기회를 열어주는 회사는 흔치 않다고 생각해요.     디자인 2팀의 분위기가 궁금해요. 팀 안에서 의견이 갈릴 때는 어떻게 조율하나요. Tony 팀 분위기는 정말 좋아요. 권위적이지 않아 리더든 팀원이든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아요. 시안을 두고 방향이 갈려도 누가 맞고 틀리다를 따지기보다 목표에 더 맞는 쪽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가는 식이에요. 그러다 보니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고요. 매달 점심 회식도 있어서 업무 외 시간까지 자연스럽게 확보돼 있어요. Joy 맞아요. 저희끼리 크게 의견이 갈린 적이 언제였는지 돌이켜 봤는데 신기하게도 기억나는 일이 없더라고요.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한 눈높이가 서로 맞아서인 것 같아요. 컬러나 폰트 같은 디테일은 실무자 개인의 자유도를 존중하고 큰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아누아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까’라는 질문 하나로 대화가 금방 수렴돼요.     그럼 새로 합류하는 팀원에게 팀의 업무 스타일을 설명하신다면요. Tony 정해진 틀이 있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방향을 계속 점검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스타일이에요. 디자인 감도만큼 양산 가능성도 늘 함께 고려하고요. 실행 업무만 쌓이지 않도록 각자 관심 있는 디자인 영역 스터디도 목표에 포함시켜요. 그래서 당장 맡은 프로젝트가 없어도 관심 분야를 미리 파볼 여지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어떤 분이 디자인 2팀에 합류한다면 잘 맞을까요. Tony 정해진 답이 없는 상황을 불편해하지 않고 그 안에서 스스로 기준을 세워가는 걸 즐기는 분이면 좋겠어요. 혼자 완성도를 높이려 하기보다 필요할 때 다른 부서에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분이면 더 좋고요. Joy 변화를 즐기고 자신의 디자인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분이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세운 계획이 내일 바뀔 수도 있는 글로벌 스케일의 빠른 속도감을 스트레스가 아니라 기회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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