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진행되기 어려운 이유는 늘 충분합니다. 일정이 짧아서, 리소스가 부족해서, 전례가 없어서. 그럼에도 아누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합니다. 같은 상황 앞에서 모든 구성원이 ‘일이 되게 하는 방법’을 먼저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오프라인 MD는 이런 질문을 가장 앞에서, 가장 자주 마주합니다. 해외 시장에서 세일즈를 설계하는 단계부터 제품이 만들어지고 매장에 놓이고 고객에게 닿기까지 모든 과정을 연결하며 결국 오프라인에서의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한국 본사와 글로벌 리테일 현장을 잇고 여러 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일을 완성하는 사람. 아누아 오프라인 MD가 일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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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시나요.
아누아의 세일즈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전반을 지원하고 있어요. 주요 리테일 채널의 전략에 맞춰 세일즈 자료를 기획하고 오프라인 MD를 포함해 실제 판매에 필요한 요소들을 준비하고 있고요. 담당 국가별 제품 개발에 인풋을 제공하는 건 물론 재고 관리와 출고·품질 이슈에 함께 대응하기도 해요. 업무 범위가 상당히 넓은 편이에요.
일반적인 영업 지원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오히려 PM의 역할에 더 가깝다고 보이는데요.
단순한 지원 업무라기보다는 영업의 깊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에 가까워요. 세일즈가 이뤄지기까지 필요한 전 과정을 준비하고 연결하는 역할이에요. 입사 후 리더에게 들은 말도 인상 깊었어요. 오프라인 MD는 단순한 실행자가 아니라 일이 실제로 구현되도록 만드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였는데요. 처음에는 완전히 와닿진 않았지만 여러 협업을 거치면서 점점 이해하게 됐어요.
하루 중 어떤 업무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나요.
협업 조율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요.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많은 리소스가 들어가는 영역이에요. 제품 출시일이 정해지는 순간부터 여러 부서와 일정을 조율하며 오프라인 고객을 만나기까지의 전체 타임라인을 설계해야 해요.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기 때문에 항상 대안을 함께 마련해두고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어요.
대안까지 마련하기 위해서는 협업 부서의
업무 프로세스까지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맞아요. 입사 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었어요. 당시 오프라인은 온라인에 비해 프로세스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 기존 방식이 적절한지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은 새롭게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이를 위해 협업 부서들을 만나 업무 흐름을 이해했고 구조를 스스로 정리해 나갔어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각 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을 파악하는 일이었는데요. 각 팀의 기준을 충분히 이해한 뒤 나머지 영역은 유연하게 조율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설계했고 결과적으로 전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었어요. 협업 가이드를 새롭게 정립해 지속적으로 공유하면서 작업 정확도가 높아졌어요. 반복되던 오류도 크게 줄었고요.
일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누아 아젤라익 애씨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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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를 위해서는 리테일별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 파악하고 계시나요.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워요. 오프라인은 레퍼런스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제한적이라 정보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온라인으로 찾아보거나 관련 서적이나 자료를 참고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현장에서의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바이어와의 미팅이나 실제 업무를 통해 리테일 성향을 파악하고 출장이나 개인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현지에서 최대한 다양한 케이스를 직접 보고 축적해 나가고 있어요.
리테일마다 요구사항도 다를 것 같은데요.
그럴 때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시나요.
기본적으로는 전사 관점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는 사안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있어요. 여기에 해당 업무가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고요.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인 성과뿐 아니라 이후의 확장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 결정하고 있어요.
이러한 판단력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단축한 사례도 있다고 들었어요.
모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다 보면 기한에 맞추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상황에 따라 오프라인 MD의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어요. 다만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해당 이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담당자와 빠르게 논의한 뒤 방향을 설정하고 속도를 우선해 실행했어요.
속도감 있게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평소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중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맥락을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업무가 시작되기 전부터 현재 진행 상황과 향후 필요할 수 있는 사항들을 미리 공유하고 협업 부서가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이렇게 사전에 정보를 쌓아두면 실제로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보다 원활하게 협업이 이뤄지더라고요.
그럼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역량이 있다면요.
오프라인 MD라면 ‘혼선을 줄이는 능력’이 필요해요. 같은 내용이라도 상대에 따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정보를 최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려고 해요. 필요한 경우에는 보충 자료를 충분히 제공해 각자가 전체 맥락을 동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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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본 주요 베스트 코스메틱 어워드에서 60관왕을 달성한 아누아
일본 시장을 담당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부터 일본을 목표로 한 건 아니었어요. 사실 중국 유학 당시 K-뷰티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해외 영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다만 한한령 등 외부 환경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기회가 줄어들어 방향을 다시 고민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일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게 됐어요. 중국과는 다른 속도로 움직이지만 K-뷰티가 충분히 확장될 수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해 일본을 선택하게 됐어요.
여러 회사를 거쳐 경력직으로 입사하셨어요.
아누아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고객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많은 기업들이 출고나 CS를 비용이나 리스크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누아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가 아닌 발생하기 전 예측하고 대응하는 움직임이 인상적이었어요. 예를 들어 기획세트를 출고할 때도 단순히 박스를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구성에 맞는 패키지를 새롭게 설계해 제품의 의미를 더하는 것처럼요. 이런 판단이 결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고 느꼈고 고객 관점에서 일하는 조직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기대감을 가지고 합류하셨을 텐데 실제로 일해보니 어땠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이었어요. 이전에는 일정이나 리소스를 이유로 ‘어렵다’는 결론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면 아누아에서는 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구현할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요. 일정이 타이트하거나 예상되는 이슈가 있더라도 전제는 항상 ‘되게 만드는 것’에 가까워요. 일이 되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합류 초반에는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일이 되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인상적이에요.
일이 안 되길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정해진 프로세스 안에서 움직여야 했다면 여기서는 상황에 맞게 방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가능하다고도 생각해요. 일반적인 틀을 벗어난 시도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의견을 낼 수 있는 창구가 열려있고 실제로 실행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그만큼 시간이 들기도 하지만 ‘안 된다’는 이유로 멈추기보다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는 분위기가 강해요. 그래서인지 기회를 찾으려는 사람에게는 실제로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이라고 느꼈어요.
그럼 오프라인 MD라는 직무는 어떤 성향을 가진 분과 잘 맞을까요.
오프라인은 온라인에 비해 속도가 느린 대신 수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한 번 결정되면 되돌리기 어려워요. 신중하고 꼼꼼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 세심하고 책임감 있는 분들이 성향에 잘 맞다고 생각해요.
또 개인적으로는 오프라인에서 구현되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분들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공간을 꾸미거나,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그리고 싶으신가요.
우선은 오프라인 세일즈에 대한 깊이를 더 쌓는 게 목표예요. 매출 데이터를 보다 정교하게 분석해 이후 전략까지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K-뷰티의 기존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거창한 변화라기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신선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작은 시도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어요.